먹는 것이 없으므로 토할 것도 없지만

Posted by 토이맨
2016. 7. 14. 11:41 카테고리 없음

 

 

 

 

 

먹은 것이 없으므로 토할 것도 없지만

 

 

 

 

 

 

자희는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위까지 들어낼 듯 열심히 토악질을 해댄다. 한두 번 해본일이 아니기에 익숙할 만도 하지만 비린기가 가시도록 속엣 것들을 쏟아내고 나면 무릎이 후들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엄지발가락 끝에 있는 힘을 죄다 싣고, 자희는 세면대 앞에 서서 꼼꼼히 손을 씻고 입을 헹궈낸다. 이마에 맺힌 무기력한 땀방울을 젖은 손으로 닦아내며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 몇 분 사이 벌겋게 충혈된 눈 밑은 한 뼘이나 더 들어가 있다. 이대로라면 곧 내 해골도 정확히 볼 수 있겠어. 배수구가 막혔는지 아직도 물이 고여 있는 세면대 안에 자희의 쓴웃음이 다이빙하듯 떨어져 서서히 퍼져나간다. 이런 기분으로 지하철을 다시 타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알고 있다. 대신 택시를 탄다.

 

 

 

 

 

#. 날 때부터 없었던 아빠를, 엄마는 늘 공경해야 한다고 했어요.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해할 여력도 없었어요. 배가 고팠고, 음식냄새는 언제나 꿇어앉은 허벅다리를 꼬집게 만들었으니까요. 엄마는 하얀 옷을 즐겼어요. 날마다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고, 몇 가지 크림을 정성스레 발랐어요. 로션을 얼굴에 바를 땐, 꼭 피아노 건반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어린아이 같았죠. 내 머릴 빗겨주며 엄마는 항상 말했어요. 자희야, 오늘은 아빠가 오실거야. 꼭 오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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