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에게 말 걸다니 참 의아한 일이다

Posted by 토이맨
2016. 7. 18. 16:18 카테고리 없음

 

 

 

 

그가 나에게 말 걸다니 참 의아한 일이다

 

 

 

 

나는 이 PC방을 이용한지 세 달이 넘었지만 그가 나에게 말 건 적은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대화를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그에게 이용료가 얼마냐고 물어보면 그가 얼마라고 대답하는 두 문장의 말이 전부일 뿐이다. 기계적인 대화. 그걸 대화라고 할 순 없는 일이니까.

 

 

 

 

계산 할 때도 그는 나를 보는 법이 없었다. 내가 내민 카드만 보고 가격을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값을 지불하고나면 서둘러 자신이 읽던 책에 다시 몰두했다. 원래 장사하는 곳은 손님이 오면 반겨주고 환영해주고 해야 맛인데, 전혀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PC방의 주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값을 물어보는 것이 책 읽는 걸 방해하는 것 같은 묘한 죄책감 같은 걸 느끼게 했다.

 

 

 

 

 

나는 당연히 앞으로도 이런 삭막한 관계가 유지될 거라고 생각했다. PC방의 주인과 앞으로 그 이상의 대화 같은 건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왜 그렇게 판타지 소설에 집착하는지 궁금했다. 나와 같은 이유일지도.

“출출해서 시킨 건데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아 서요”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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