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엄마를 지나쳐 텔레비전 앞으로 갔다

Posted by 토이맨
2016. 8. 3. 14:57 카테고리 없음

 

 

 

 

 

 

나는 그런 엄마를 지나쳐 텔레비전 앞으로 갔다

 

 

 

 

 

 

 

그리고 베개를 반으로 접어 머리를 대고 누웠다.

엄마, 약속 있어?

엄마는 그날따라 유난히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보였다. 마스카라를 칠하는데 집중하느라 엄마에게선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마스카라를 계속 덧칠하면 보기에 부담스러울 텐데 하고 손거울에 비춰지는 엄마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약간 거뭇하게 안으로 꺼져서 힘없이 처진 눈 밑 살은 화장으로도 완전히 감춰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화장 밑에 감춰진 엄마의 맨 얼굴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주름들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밤에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와 엄마 방을 지나가다가, 가끔 불 꺼진 방에 텔레비전만 켜두고 쪼그려 앉아 있는 엄마를 볼 때가 있다. 한번은 말을 걸지 않고 몰래 지켜봤다.

 

 

 

 

그때 나는 텔레비전 불빛에 의해 엄마의 얼굴 윤곽이 여러 가지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엄마의 표정은 죽은 사람처럼 변화가 없었다. 나는 엄마가 신세를 한탄하거나 일에 지쳐 돌아 올 때의 얼굴보다 그 표정이 더 슬퍼보였다. 그에 비하면 화장을 하고 있는 엄마의 얼굴은 막 피어나는 꽃처럼 생동감 있었다. 그렇지만 왜인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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