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 좀 늦을 거야

Posted by 토이맨
2016. 8. 4. 16:11 카테고리 없음

 

 

 

 

 

오늘 엄마 좀 늦을 거야

 

 

 

 

 

 

 

 

엄마는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동그랗게 안으로 말린 머리칼을 손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지만 거울을 보는 눈빛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늘 그렇듯 엄마는 붉게 칠한 위아래 입술을 맞닿아 문지르고, 거울을 보며 혼자 미소 지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저렇게 준비하는 여자의 모습은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문득 아침마다 헤어 드라이를 사용해서 동그랗게만 나영의 앞머리가 떠올랐다. 비가 오면 그 앞머리를 손으로 가리며, 공들여서 한 머리가 다 풀려 버렸다고 입술을 삐쭉 내밀어 말하던 것도 생각났다.

그때 화장대 위에 놓여 있던 엄마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깐 거실로 나가 있던 엄마는 다급하게 들어와 휴대폰을 낚아채듯 들고 나가버렸다. 나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온 엄마는 다시 화장대 앞에 앉았다. 고갤 들어 보니 등 돌린 어깨가 축 쳐져 앞으로 조금 굽어져 있었다. 엄마는 말없이 한참이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엄마의 표정은 허탈해 보이기도 했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오늘 만나기로 한 남자가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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