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가슴 안에 허파를 바늘로

Posted by 토이맨
2016. 5. 3. 14:22 카테고리 없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가슴 안에 허파를 바늘로

 

 

 

 

 

 

잘못 기웠나봐 그래서 터진 것 같아.

그래서 헛바람이 새는 거야. 풍선을 안 묶으면 바람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농담이지? 엄마, 병원에 가서 제대로 꿰매달라고 해. 돈 주까?”

그녀는 잊고 있었던 눈물이 났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듯한 풍선처럼 긴장했다. 그건 생각을 버려야 견디는 시간들이었지만 그 사이에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철이 들고 있었다.

지나오는 길에 봤던 초등학교 건물처럼 작은 소망으로 살 때는 싱싱한 꿈을 꾸었다. 그 연결 고리가 끊어진 것인지 잃어버린 것인지 혼란스럽다. 어릴 때 텔레비전 사극을 많이 봤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을 써놓은 여인열전은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옳고 그름의 바깥에 있는 궁중 여인들의 삶이 애처로웠다. 궁궐 내 암투에 피로감을 느꼈다. 가끔 아버지는 물어보셨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저는요, 왕비는 안 되는 게 좋겠어요.”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봤구나.”

“왕비나 후궁들은 모두 왕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고, 미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하는 게 힘들 것 같아요. 마음대로 못하는 게 너무 많아요.”

끊임없이 정적에 대항하며 살 길을 모색해야하는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운명이고 팔자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건 정말 운명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팔자이거나. 좋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들은 거부한다. 팔자니 운명이니 하는 말은 시대를 역행하는 말이다. 적극적인 삶을 사는 이들에게 미신이기도 한 팔자타령이 어울릴 리가 없다. 그녀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걷기가 불편해졌다. 발가락이 아프다. 다리도 감각이 조금씩 둔해진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피곤하고 지쳤다. 책은 그녀에게 떠나기를 요구했다. 마음이 가는 데로 몸을 움직여서 떠나고 봐야 했다. 옷을 강요하는 것은 그들만의 틀이었다. 의사는 계속 그녀에게 질문을 하고 그녀는 대답을 했지만 결론은 없었다. 어느 순간 의사는 반듯한 사람의 특징을 열거하고 있었다. 비난의 수위를 참아내기 어려운 것이 반듯하지 못한 인간에 대한 것이었는데 어디에도 그녀의 가슴을 뚫어내는 말은 없었다. 진료를 하면서 종교를 가져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돌아오는 길에 시골의 자줏빛 지붕과 흰 벽이 떠올랐고, 종소리가 들렸다. 잊고 있었다. 교리반에 등록했지만 수녀님은 세례를 못 받는 사람의 사례를 나열했다. 그 말은 그녀에게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세상의 잣대는 그들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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