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현철의 갖은 타박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연우는 현철의 갖은 타박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담배를 대충 입에 물었다. 담배를 뺏으려는 현철을 피해 재빨리 불을 붙이며 회심의 미소를 짓자 현철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담배 끝에 불꽃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던 연우의 눈빛은 어느새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첫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당연했지만, 연우는 그런 사소한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민아와의 이별을 알게 된 친구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헤어진 연인의 험담을 듣거나 늘어놓을 위인도 아니었기에, 연우는 그냥 조용히 쉬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본 바깥세상은 미묘하게 달라져있었다. 민아가 없어서 그런 걸까, 하는 유치한 생각에도 이젠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녀와 함께했던 장소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는 강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현철이나 보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서 있는 하늘색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어, 나다.”
「어, 연우냐?」
“어. 근데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그냥 좀 일이 있어서.」
“어째 목소리가 시원찮네, 무슨 일 있어?”
「오늘 저녁에 시간 되냐?」
“남는 게 시간이라서요.”
통화를 끝낸 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상치 않은 현철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금방 잊어버렸다.
“오래 기다렸냐?”
“왜. 얼어 죽고 나면 오지 그랬냐.”
코끝을 빨갛게 물들이는 겨울공기에 오랜 시간을 떨면서 기다린 연우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조금은 화난 말투로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현철이 입은 상복이 만들어 내는 무거운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연우에게 현철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뗐다.
“연우야.”
“왜 그래, 그런 무서운 얼굴로?”
“정말…… 이제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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