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는 현철의 갖은 타박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Posted by 토이맨
2016. 5. 5. 15:41 카테고리 없음

 

 

 

 

 

 

 

 

 

연우는 현철의 갖은 타박에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담배를 대충 입에 물었다. 담배를 뺏으려는 현철을 피해 재빨리 불을 붙이며 회심의 미소를 짓자 현철은 못 말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담배 끝에 불꽃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던 연우의 눈빛은 어느새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첫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당연했지만, 연우는 그런 사소한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민아와의 이별을 알게 된 친구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만 헤어진 연인의 험담을 듣거나 늘어놓을 위인도 아니었기에, 연우는 그냥 조용히 쉬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본 바깥세상은 미묘하게 달라져있었다. 민아가 없어서 그런 걸까, 하는 유치한 생각에도 이젠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녀와 함께했던 장소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는 강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현철이나 보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서 있는 하늘색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 나다.”

, 연우냐?

 

 

 

 

 

. 근데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그냥 좀 일이 있어서.

어째 목소리가 시원찮네, 무슨 일 있어?”

오늘 저녁에 시간 되냐?

남는 게 시간이라서요.”

통화를 끝낸 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상치 않은 현철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별일이야 있겠냐는 생각으로 금방 잊어버렸다.

오래 기다렸냐?”

. 얼어 죽고 나면 오지 그랬냐.”

코끝을 빨갛게 물들이는 겨울공기에 오랜 시간을 떨면서 기다린 연우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조금은 화난 말투로 대답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현철이 입은 상복이 만들어 내는 무거운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연우에게 현철은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뗐다.

연우야.”

왜 그래, 그런 무서운 얼굴로?”

정말…… 이제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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