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의 표정을 보던 연우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Posted by 토이맨
2016. 5. 5. 17:23 카테고리 없음

 

 

 

 

 

 

 

 

 

현철의 표정을 보던 연우는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낯익은 얼굴에 인상을 찌푸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연우는 다급하게 현철의 어깨를 붙들고 소리쳤다.

, 무슨 일인데?”

일단, 진정해봐.”

진정이고 나발이고 대답해봐, 무슨 일이냐고!”

민아의 장례식장 안에 발을 들여놓을 용기는 도무지 나지 않았다. 남아있는 조문객이라고는 현철과 연우, 두 사람 뿐이었다. 그렇게나 쓸쓸한 장례식장 입구에 서성이던 연우는 끝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잊었다고 이제 괜찮다고 생각한 건 애초부터 착각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지 않았다. 반복되는 아픔은 항상 처음과 같았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일. 시간이 약이 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괜찮다며 웃어보이던 연우였지만, 그런 건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는 정말 혼자였다.

 

무슨 생각 하는 데 불러도 대답이 없냐?”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현철의 목소리에 연우는 현실로 돌아왔다.

설마 잤냐?”

, 잤다. .”

내가 못살겠다, 진짜.”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철의 얼굴엔 이미 나 너 걱정한다는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 친구의 모습에 작게 웃던 연우는 다시 시작된 친구의 잔소리에 곤혹스런 표정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니까, 언제 좋은 소식 갖다 줄 거냐고.”

또 시작이야.”

아직도 네가 청춘인지 아냐? 너도 벌써 서른이다 서른!”

젊구만 뭐.”

……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친구!”

 

 

 

 

 

 

 

등 뒤로 들려오는 친구의 울부짖는 목소리에 연우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식당을 나섰다.

담배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 밤이었다.

 

말보로 맨솔 주세요.”

“2,500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편의점을 나와서 어딜 갈까 망설이던 연우는 산책도 할 겸 낮에 들렀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그 애는 가출청소년 인가.’ 공원에 도착한 그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낮의 사건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3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도저히 소매치기라고 볼 수 없는 단정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조그만 체구에 약해 보이는 가느다란 팔과 다리, 추위에 붉어진 양 볼, 순수해 보이는 까만 눈동자. 분수대 주위를 뛰어놀던 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아이만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없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거지.”

담배 좀 꺼요.”

.”

다행히 귀는 안 먹었나 보네.”

연우는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낮의 여자아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앉은 벤치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말했다.

사람 처음 봐요?”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뭐하니.”

그쪽은요.”

말이 조금 짧다, .”

길어서 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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