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묘한 호기심을 느껴 화장품을 열어보았는데

Posted by 토이맨
2016. 5. 6. 14:43 카테고리 없음

 

 

 

 

 

 

 

 

그는 묘한 호기심을 느껴 화장품을 열어보았는데

 

 

 

 

 

 

 

 

 

의외로 요즘 아이들이 쓰는 제품 이였다. 손녀라도 있어 선물을 주려나보다, 정도의 생각으로 화장품을 살펴보았는데 분명 깨끗하기는 하였으나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는 의구심을 느끼며 혹시 다른 여자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나 싶어 방 이곳저곳을 돌아보았지만 그런 사진은커녕 노인의 독사진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장롱의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본 그의 눈빛이 증거를 잡은 형사의 그것처럼 반짝였다. 고개를 돌려 닫혀있는 방문을 힐끔 바라 본 그는 조심스레 장롱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끼이익

 

 

 

 

장롱 안을 본 그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열린 장롱의 문짝 뒤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는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왠지 모를 두려움까지 느꼈다. 하지만 끝내 눈을 떼지는 못했다. 그의 쌍꺼풀 없는 찢어진 두 눈 안이 불안하게 휘몰아쳤지만 그보다 더 큰 호기심이 그것들을 잠식하고 있었다.

 

 

 

 

또르르.

그도 모르게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그것의 파동은 극히 미비했지만 김해명의 눈은 마치 초 저속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그 과정을 포착했다. 단순한 과정이었지만 그는 그것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방울이 바닥에 부딪히고, 터지고, 산산조각나자 그는 그것이 자기의 심장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장롱 안을 보았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만약 장롱에게 표정이 있다면 웃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어두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명이 다된 듯 그리 밝지 않은 형광등 때문에 희미하게 비치는 그의 그림자는 어둠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경사 때문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꽤 어두웠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라이트 기능을 켰다. 불빛이 켜지며 주변이 희미하게 보였는데 이런 비밀통로 치고는 깨끗한 점 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대게 있을 법한 손잡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계단이 흔치 않은 것도 아니라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들어오기 전의 끊어질 듯한 긴장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 같았다. 계단이 끝나자 긴 복도가 이어졌다. 끝이 잘 보이지 않아 휴대폰으로 비추어 보았는데 복도 역시 그리 길지는 않았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