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끝으로는 문으로 보이는 희미한 물체가 있었다

Posted by 토이맨
2016. 5. 6. 15:06 카테고리 없음

 

 

 

 

 

 

 

 

 

복도 끝으로는 문으로 보이는 희미한 물체가 있었다

 

 

 

 

 

 

 

 

 

그는 마지막 계단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긴장감이 풀어진 게 아니었다. 잠시 호기심이 더 두려움의 위에 있었다. 막상 그것을 마주할 생각을 하자 겁부터 났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쉼 호흡을 했다. 후우우, 하고 그가 내뱉은 공기는 복도로 물결치듯 울려나갔다. 그는 감았던 눈을 힘차게 뜨며 복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몰래 야습을 하는 특공대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사냥감을 쫒는 맹수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려움은 발끝에 남아 그의 그림자를 붙잡았다. 그의 허벅지 역시 겁을 먹었지만 용감하게, 두려움이 지배하기 시작하는 그의 그림자를 끌고 한걸음, 한걸음 움직였다. 문이 가까워질수록 그의 호흡은 구멍 난 풍선마냥 가빠졌다.

 

 

후우, 후우.

그는 또다시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어 섰다.

그림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졌.

 

 

 

 그의 다리는 비대해진 그것들을 가지고 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팔은 아직 지치지 않았기에 수족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은 손을 움직이고, 손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손가락은 손잡이를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문을 열 생각을 감히 못해 팔이 결국 험하게 명령을 내렸다.

 

열어! 저 문을 열어!

 

손가락은 차마 위에서부터 이어진 명령을 어길 자신이 없어 눈을 질끈 감으며 손잡이를 돌렸다. 나무로 이루어진 문은 잔인하게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문은 확실히 웃고 있었다.

끼이익

마치 녹슨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새로운 어둠이 나타나자 그의 턱 선을 따라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심장은 이제 터질 지경이었고 호흡은 더 이상 가빠질 것이 없을 정도로 헐떡이고 있었다. 호기심은 한때 눈을 장악했었으나 이제는 전세가 역전되었다. 두려움이 그림자를 넘어, 발을 넘어, 다리를 넘어, 눈을 잠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뇌는 호기심의 배수진이라 그곳까지는 아직 장악되지 않았다. 호기심은 위기를 느끼고 그를 움직였다.

 

 

 

 

 

그는 꼭두각시처럼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방의 가장자리로 들어선 김해명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손으로 입을 재빨리 틀어막지 않았다면 그의 비명이 문을 즐겁게 했을 것이다. 그곳에는 수백 개가 넘는 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방은 좁았으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마치 삼차원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영적인 공간 같았다. 그 때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해명은 장롱의 문을 열어놓은 채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는 것을 상기하며 재빨리 문을 닫고 잠그려 했다. 하지만 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안에서는 잠글 수 없는 구조의 문이었다. 왠지 문이 일부러 손잡이를 그 순간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문에 등을 기댔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던 그의 귀로 노인의 경악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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