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먹었냐는 둥, 하숙할 집은 구했냐는 둥

Posted by 토이맨
2016. 5. 10. 21:42 카테고리 없음

 

 

 

 

 

 

 

 

 

저녁은 먹었냐는 둥, 하숙할 집은 구했냐는 둥

 

 

 

 

 

 

 

 

 

 

 주말에 언제 올라가겠다는 둥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부녀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이제 쌀쌀해지는데, 옷 얇게 입고 다니지 마라. 감기걸릴라."

하는 그의 말에 딸의 떨리는 숨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그의 귀를 후벼 팠다.

아빠도 감기 조심하고, 전화 자주 할게."

발갛게 물든 그의 눈가에 물기가 서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그는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는 울적한 마음에 술이라도 한잔하고 싶어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는 공장 근처에 있는, 나무로 된 간판 밑에 못을 치고 주전자를 매달아 놓은 직육면체 모양의 단층짜리 막걸리 집에 들어갔다. 한창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술집은 건물 왼쪽에 나있는 입구에서 보면, 대각선 끝에 부엌이 있고, 오른쪽 벽면에 쭉 창이 나있었다.

 

 

 

 

 

 

가게 안도 온통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는 왼쪽 벽에 바짝 붙어있는, 네모나게 각진 식탁에 등받이 없는 둥그런 의자에 앉았다. 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하고 혼자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괜히 무료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그가 앉은 자리에서 한 테이블 건너 오른쪽 창가에 앉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 미용실에서 본 그 여자였다.

5.

여자가 먼저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저어, 혼자 마시는데 괜찮으시면 합석하실래요?"

그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답했다.

, . 그러시죠."

여자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고, 이번에는 그가 먼저 물었다.

, 혼자 술을 드십니까?"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요."

여기가 고향이 아닙니까?"

여기가 고향 맞아요. 그런데, 마실 사람이 없네요."

 

 

 

 

 

여자는 시선을 내리깐 채,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해서, 그는 아까 미용실에선 대수롭게 보지 않았던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굵게 파마를 한 짧은 머리를 뒤로 묶고, 동그랗고 노르스름한 얼굴에 이마가 둥글고, 쌍꺼풀이 짙은 큰 눈에 속눈썹이 긴 여자는 가까이서 보니, 눈썹을 그린 것 같았다.

나이는 한 37살 쯤 되었으려나, 하고 그는 짐작해보았다.

, 무슨 일 하시는 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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