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아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노인이 갑작스레

Posted by 토이맨
2016. 5. 14. 21:22 카테고리 없음

 

 

 

 

 

 

 

 

이 놈아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노인이 갑작스레

 

 

 

 

 

 

 

 

 

 

 

큰 소리를 질렀다. 그 호통은 방금 전까지 흥얼대던 노랫소리와는 달리 날카로운 송곳처럼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니 영숙이가 이 노래 참말로 좋아했던 거 알제? 근데 와 노래 못 부르게 하노? 이왕 가는거 지가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가면 얼마나 좋겠노?” 노인은 격양된 어투로 소리 질렀다.

하지만 술 취한 노인의 주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던 상주는 소란을 정리하기위해 다시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이번엔 노인을 아예 장례식장 밖으로 내 보낼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노인을 일으키기도 전에 늙은이의 야윈 두 손이 재빠르게 그의 얼굴을 잡아챘다.

성근아, 잘 들어레이.” 노인은 두 손으로 상주의 얼굴을 잡고 그의 눈을 무섭게 응시하며 말했다.

 

 

 

 

 

영숙이가 니 하나 바라보고 살았던 거 알제? . 가는 밥묵을 때도, 일할 때도, 전화할 때도 니 얘기 밖에 안했다. 니는 근데 여기 가만히 서서 꺽 뭐하고 있노? 니 어미 가는 길 즐겁게 가라고 춤이라도 춰야 될 판에. 니 재롱 보는 낙으로 살 때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니 춤 한번 보여주그라. .” 술에 취한 것이 분명한 노인은 횡설수설하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상주에게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 끼워 넣은 딸꾹질은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말을 끝낸 노인은 아예 바닥에 들어 누운 채로 마지막으로 불렀던 구절을 반복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상주에게는 노인의 말이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보기에도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노인의 말은 어이없는 요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심경의 변화는 있었다. 상주는 쓰러진 노인을 가만히 놔두었다.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생각을 접어두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고별을 슬퍼하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오래 산 사람이라고 한들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그것이 노인 나름대로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해두는 편이 그에게도 노인이게도 긍정적인 것이었다.

상주는 죽음을 궁극적인 두려움이자 인생의 종착지라고 인식했다, 불멸의 생을 원하는 사람의 본능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배웠다. 사후의 세계를 현실과 다른 어둡고 고통스러운 암흑의 세계라고 치부했다. 장례식장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승으로 가는 영혼에게 정중한 애도의 표시를 하는 것만이 죽은 이를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는 건 불효중의 불효라고 생각했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