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녀가 정말 괜찮냐는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Posted by 토이맨
2016. 5. 15. 15:04 카테고리 없음

 

 

 

 

 

 

 

그그녀가 정말 괜찮냐는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어요. 저는 손수건을 찾으려고 주머니를 뒤졌어요. 악몽을 좀 꿔서, 라고 말하며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어요. 손수건이 어딨지, 라는 말은 필요 없다 여기며 숨겼어요. 괜히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거든요. 그런데 아뿔싸, 손수건을 집에 두고 온 거예요! 짧게 한숨을 쉬며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그녀가 테두리에 프릴이 달린 꽃무늬 손수건을 내밀었어요. 닦으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저는 그것이 병균이라도 되는 듯 마뜩찮은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그러자 순간 그녀의 얼굴에 미안하다는 기색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당황하여 그 손수건을 받아들였어요. 그걸로 이마와 뺨에 맺힌 땀을 닦았어요. 차마 목덜미까지 닦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이마와 뺨만 닦았는데도 불구하고 손수건은 물에 한 번 담갔다 꺼낸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있었어요. 저는 옛날 방안에 틀어 박혀 드라마를 볼 때 나오던 대사를 떠올리고 꺼냈어요.

 

 

 

 

 

 

-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마치 그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과 제가 오버랩 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빙긋 웃었죠. 그것은 정말 줄 수 있겠냐는 의미 같았어요. 그러다가 문득 저와 그녀가 오늘 처음 만났고, 서로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그녀는 괜찮다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어요. 주저하며 그녀의 손에 손수건을 두려는데, 그녀가 갖고 있던 책 중에 K대학에서 출판한 책이 보였어요. K대학은 제가 다니는 곳이었기에, 그녀에게 K대학에 다니냐고 슬쩍 물었죠. 그러자 그녀는 눈을 깜빡이더니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 저도 K대학 다니는데, 무슨 과세요?

 

 

 

 

기뻐하며 물으려는데, 그게 익숙지 않아 그런지 딱딱한 어조가 나왔어요. 그녀는 국문학과라며 짧게 대답했어요. 국문학과면 제 과가 있는 건물과 같은 건물이었어요. 전 영문학과거든요. 제가 이 말을 전하자 그녀는 놀라며 반색을 띠었어요. 그러자 다시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순간 저들이 도서관에서 이야기 한 적이 한 번도 없는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제가 주먹을 꽉 쥐는데 그녀가 나갈까요, 하며 제 팔목을 잡았어요. 화가 곧바로 사그라졌죠. 우리는 짐을 챙기고 도서관 1층의 카페 겸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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