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순간 풍기는

Posted by 토이맨
2016. 5. 15. 16:05 카테고리 없음

 

 

 

 

 

 

 

 

 

카페 문을 열고 발을 들이는 순간 풍기는

 

 

 

 

 

 

 

 

 

은은한 커피향에, 저는 잠시 동안 걸음을 멈췄어요. 그녀가 뒤에 서 있다 가만히 서 있는 제 어깨를 쳤어요. 뭐하세요? 라고 묻는 그녀에게 저는 멋쩍은 미소만 띄고 다시 걸음을 옮겼죠. 저는 되도록 사람이 없는 구석자리로 가 앉고 싶었는데, 그녀는 입구 바로 옆에 난 자리에 가방을 두었어요. 제가 머뭇거리고 있자 그녀는 제게 얼른 앉으라고 했어요.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말하려다가, 그녀의 말을 들어줘야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저를 지배했어요.

우리는 입구 옆 자리에서 커피 두 잔을 시켰어요. 전 카페 같은 데는 처음 와봤기에, 그녀가 주문하는 커피와 똑같은 것으로 시켰죠. 비엔나커피커피 이름인지 소시지 이름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죠. 아르바이트생이 커피 주문을 받고 카운터로 가자 그녀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어요. 전 깜짝 놀라 의자 깊숙이 등을 파묻었죠.

 

 

 

 

 

그녀는 귀엽다는 듯 키득거리더니 조소연, 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했어요. 저도 권현수, 라고 제 이름을 말했죠. 소연은 제 이름을 입 안으로 몇 번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후 말없이 휴대전화를 꺼내어 제게 내밀었어요. 아마도 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달라는 뜻이지 싶어요. 그런데 전 그럴 수가 없었어요. 스무 살이나 되어 웃기는 일이지만, 제겐 휴대전화가 없거든요. 인간과의 깊은 관계를 원치 않은 저였기에, 어차피 휴대전화는 있으나마나였으니까요. 부모님은 제게 신경 따윈 써주지 않았어요. 제가 어디서 무얼 하든, 집에 들어오든 길바닥에 누워 뻗든 일말의 눈길조차 보내주지 않았죠. 저도 그들의 관심을 원하진 않았으니, ,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그저 그들이 먹을 것과 잘 곳, 입을 것만 제공해 주면 그만이었거든요. 집에서도 저는 그들과 한 번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의례적인 말들도 전혀 오가지 않았어요. 정말 기계적인 가정이었죠. 저는 그들을 로봇이라 여기며 살아왔어요. 이런, 얘기가 그만 딴 곳으로 새었네요.

 

 

 

 

 

저는 소연의 휴대전화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어요.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되더니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죠. 뭐가 안쓰러운지는 알 수 없었어요. 휴대전화가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게다가 그녀의 그 표정에서는 약간의 가식도 느껴졌어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스무 살이나 처먹고 휴대전화도 없어?]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제게 다시 휴대전화를 내밀었어요.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