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이 빠르게 떠나는 뒷모습이 구름 낀

Posted by 토이맨
2016. 5. 16. 21:59 카테고리 없음

 

 

 

 

 

 

 

 

소연이 빠르게 떠나는 뒷모습이 구름 낀

 

 

 

 

 

 

 

 

 

 하늘처럼 흐릿해진 제 시야 안에 가득히 파고들었어요. 손등으로 얼굴을 문지른 다음 그녀가 한 말을 곱씹어봤죠. 동성애라. 그녀의 말을 빌자면 여자는 여자를 좋아하면 안 되고 남자는 남자를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 보네요. 왜 그런 거죠? 누구나 사랑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어째서 여자는 남자를 좋아해야 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해야 되는 거죠? 누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정했나요? 단지 좋아할 뿐이데, 그럴 뿐인데, 어째서 멸시를 받아야 하는 건지.

 

 

 

멍하니 서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잡았어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카페에서 일하던 남자아르바이트생이 숨을 헐떡이는 게 눈에 들어왔어요. 그는 이거, 라며 제게 휴대전화를 건넸어요. 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충격으로 인해 흠집이 난 휴대전화. 전 그에게 필요 없으니 버리라고 말했어요. 그는 잘 못 들었다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저는 다시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어요.

 

- 버리세요. 아니면 그 쪽이 가지시든가요.

 

 

 

 

 

 

 

 

대꾸할 말을 못 찾은 듯 멍하니 서 있는 아르바이트생을 뒤로 한 채 저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그가 뒤에서 크게 소리를 치더군요.

 

- 저기요, 전 당신 편입니다. 힘내세요!

 

잠시 걸음을 멈추었어요. 뒤를 돌아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멋쩍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저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다시 걸었어요. 아까보다는 가벼운 걸음걸이였어요. 이 걸음걸이를 타고 가다보면, 저만의 다른 사랑이 나타나겠죠?

 

 

 

 

 

 

그 사람이 제가 가진 감정을 받아 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연락도 취하며, 같이 공부하고, 밥도 같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도록. 누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할 권리는 있는 거잖아요?

,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제 전화기를 받아와야 하겠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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