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Posted by 토이맨
2016. 5. 17. 08:11 카테고리 없음

 

 

 

 

 

 

 

나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카프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서 썼다. 아버지가 나에게 화를 내고 냉소를 보일 때마다 나도 아버지에게 똑같이 돌려주었지만 그랬던 날에는 결코 마음 편하게 잔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아버지에게 상처받은 기억 때문에 아버지와 마주할 때면 늘 쌀쌀맞게 대했었지만, 사실은 마음속으로 얼마나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썼다. 내가 아들이어서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 드릴 수 있다면, 내가 아버지처럼 야구를 좋아해서 같이 야구장에도 갈 수 있다면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고 적었다.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가, 눈길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나에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 지 적었다.

이렇게 쓴 편지는 아직 내 책상 서랍 속에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독서치료에 대한 건의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K도서관에는 독서치료에 대한 코너를 신설했다. 기존에 알려진 독서치료에 효과가 있는 독서목록을 중심으로 독서치료 관련도서를 선정하여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책들의 모임이라는 코너를 2층 종합자료실에 별도로 마련했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그 코너를 반드시 거쳐서 지나가게 위치를 잡아, 이용자들이 그 코너에 있는 책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내가 하는 일은 독서치료에 대한 안내문을 도서관 내부 곳곳에 붙이고,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독서치료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독서목록을 배포하는 등의 미미한 일이었지만, 나는 사무보조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내 일에 보람을 느꼈다.

나는 도서관 독서치료 코너에 있는 도서목록을 모방하여 우리 집 책장 한켠에 마음의 여유가 없고 사소한 문제에 집착할 때’, ‘우울하거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분노와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낄 때등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가치유서 목록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책장이 가득차면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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