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작 잊고 살았던 것이다

Posted by 토이맨
2016. 5. 22. 13:48 카테고리 없음

 

 

 

 

 

 

 

 

나는 정작 잊고 살았던 것이다

 

 

 

 

 

 

 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수진이가 있는 병실의 문 앞에서 나는 망설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수진아, 내가 싫다면 오지 않을게. 하지만 다른 사람이 왔을 때는 나한테 했던 것처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사람은 진심으로 니가 니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를 바랄거야. 치료 꼭 열심히 받아. 병실에 있을 때도 침대에 걸터 앉아서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계속 움직여야 돼. 그만 갈게, 잘있어.”

내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수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화장실 가고 싶어.”

수진이는 처음으로 내 부축을 받으며 화장실에 갔다. 나는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이 나서 수진이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수진이는 이제 재활 치료도 열심히 받고 있고 병실에서도 자꾸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완전히 예전처럼 걷지는 못하더라도 수진이가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진이는 아직 내가 어색해서 그런지 잘 웃지는 않지만 전에 비하면 확실히 부드러워졌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수진이는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내가 선물한 스케치북에 처음으로 내 초상화를 그려주었는데 나는 그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액자에 넣어 내 책상위에 올려 두었다.

명인자 씨가 내게 선희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아직 선희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설사 선희가 나를 동정심으로 대했다하더라도 내가 선희를 고마워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아직 연락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선희가 나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8개월 간 일했던 K도서관에서 나와 다시 D도서관에서 사무보조 일을 하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주려던 편지는 여전히 내 책상서랍 속에 있고, 선희의 전화번호는 언제나 내 휴대전화 단축키 1번에 저장되어 있다.

나는 내일 또 마음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고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무자비하고 혼란스러운 경험 속에서도 뭔가 배울 것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내가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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