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전 핸드폰을 열어

Posted by 토이맨
2016. 5. 28. 12:28 카테고리 없음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 전 핸드폰을 열어

 

 

 

 

 

 

 

 전화부 목록의 사람들을 훑어보다 메뉴를 누르고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희재야 오늘…….’ 작성을 하다 말고 취소버튼을 누른다. 오늘 즐거웠어. 입 속으로만 한 번 되뇌어 보고 잠을 청하기로 한다. 희재도 나란 사람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과 행사가 아니면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 오늘 일도 언제든지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희재 뿐 아니라 당분간 누구와도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 할 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의 보일러는 낡아서, 온수가 나오도록 조작해 놓고도 10분은 더 기다려야 뜨거운 물이 나온다.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이불에서 얼른 빠져나와 온수버튼을 누르고, 나머지 시간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온수가 나오길 기다리지만 요즘엔 그저 욕조 모서리에 걸터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마주보는 벽면에 엷게 곰팡이가 슬어 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바깥과 닿아있는 벽이라 아무래도 벽 안쪽과 온도차가 생겨 그런 모양이다.

 

 

 

 

 

그나마 이것도 아버지가 남겨준 보험금으로 근근이 마련한 아파트다. 보험금이 꽤 많이 나와서, 지방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 정도는 충분히 장만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음식물에 파리가 꼬이듯 돈에도 사람이 꼬여들기 시작하더니, 거의 왕래가 없는 이름만 친척인 사람들의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장례식을 마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전화 내용도 전부 다 하나같이 절절했다.

상현이엄마, 우리 바깥양반이 보증을 잘못 서서......”

하나뿐인 조카딸 병원비 좀 어떻게 도와줘.”

이번에 작게 장사 하나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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