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중학생처럼 담배연기를 말아 도넛을 띄운다

Posted by 토이맨
2016. 5. 29. 15:02 카테고리 없음

 

 

 

 

 

 

 

철없는 중학생처럼 담배연기를 말아 도넛을 띄운다

 

 

 

 

 

 

 

둥실 떠다니다 사라지는 모양을 보며 실없이 웃다가 건너편 옥상에 시선이 멈췄다. 며칠 전부터 옆 건물에는 옥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막이 세워졌다. 처음에는 시야를 가린 천막이 눈에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는 고시촌 옥상의 조망권 따위를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나 역시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 남의 흠을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은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한 공간도 아니고, 딱히 뭔가 넣어두기에도 허술해 보이는 게 괜스레 밉살스럽던 것도 며칠을 두고 보니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담배는 몇 모금 빨지도 않았는데 필터 근처까지 타들어가 있다. 중지를 엄지에 맞추고 꽁초를 소리 나게 튕긴다. 손에서 벗어난 꽁초는 벽을 발판 삼아 빨려 들어가듯 화분 속으로 떨어졌다. 이런 날은 로또 한 장 정도 사주는 게 맞다. 텔레비전 위에 오천 원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옥상 문을 열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직 앳돼 보이는 아이들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지난달에 계단 전등이 나간 뒤부터 담배꽁초며, 햄버거 봉지가 버려져있는걸 모른 체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누구의 소행인지 알게 됐다. "까져가지고는……." 나는 일부러 들으라며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했다. 알이 꽉 찬 담뱃갑까지 내팽개치고 달아난 걸 보니 적잖이 놀랐었나보다. 생각지도 못한 전리품을 주머니에 넣으며, 다음에는 붙잡아 "형은 옛날에 그러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어른스러운 훈계 정도는 해줘야겠다 싶었다. 슬리퍼를 요란스레 끌어가며 고시원 문 앞을 나서는데 때 마침 영구차가 지나간다. 샐리의 법칙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편의점 문을 시원스레 열고 출사표를 던지듯 오천 원을 점원에게 내민다. 번호는 자동으로 뽑는 게 좋다. 지금까지 당첨된 사람들 중에 자동추첨으로 1등이 된 사례가 많다는 인터넷 뉴스도 있었고, 특히 오늘 같이 운수 좋은 날은 뭘 해도 될 것 같다. 나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타고 강남 고급 오피스텔로 올라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로또를 받는다. 평소보다 들뜬 기분에 벌써 그렇게 돼있는 게 아닌가 싶은 착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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