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잠 다 잤네 빌어먹을

Posted by 토이맨
2016. 6. 8. 15:04 카테고리 없음

 

 

 

 

오늘 잠 다 잤네 빌어먹을

 

 

 

 

 

 

한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맡은 부분의 사진을 전부 찍고는 집에서 뛰쳐나갔다. 그 사람은 이런 현장을 몇 번 씩이나 봐왔던 사람이었지만, 이 방에 수없이 걸려있는 범인의 수집품은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이 자식은 정말 인간이길 포기하기라도 한 건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맡은 부분에 마지막 사진을 찍은 남자는 방의 한 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한번 세세히 둘러보며 말했다.

 

 

 

 

“어떻게 이런데서 살 수가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의 주위에는, 절망, 희망, 고통, 슬픔, 괴로움, 환희, 공포 기타 등등 모든 감정이 표현된 수 십 개의 사람의 박제된 머리들이 눈을 감지도 않고, 벽에 걸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 먹을 거라고는 쪼글쪼글해진 귤 두 개와 반쯤 남은 새우깡이 전부였다. 나는 그거라도 먹을 양으로 그 두 가지를 다 꺼내 들고 침대로 돌아왔다. 눅눅해진 새우깡을 씹으면서 다시 신문을 봤다. 그때 님프의 광고가 눈에 띄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님프를 알음알음으로 들어서 알고 있기는 했다. 신문에 그 회사의 광고가 난 것도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그날 아침에 그걸 보는 순간, 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독 그날 그 광고가 내 눈에 콕 박혀 든 이유가 뭘까? 짝짓기 상대를 찾느라고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대는 새소리 때문이었을까? 꽃피우느라고 몸살을 앓는 꽃나무들 때문이었을까?

내가 마흔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금껏 혼자 살게 된 것뿐이다. 굳이 이유를 들먹이자면 짚이는 게 딱 하나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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