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인들이야 와서 하는 일이라곤 수다밖에 없지만

Posted by 토이맨
2016. 6. 16. 10:03 카테고리 없음

 

 

 

 

 

 

 

사실 노인들이야 와서 하는 일이라곤 수다밖에 없지만

 

 

 

 

 

 

 

 아줌마들이 오면서 사실상 매운탕잔치를 위한 준비가 어느정도 된 것이다. 그런데 준비할 생각은 안하고 수다만 떨자 평소에도 성격 급하기로 유명한 철수할아버지가 역정을 낸 것이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물고기들 잡아서 비늘 벗기고 물 끓이고 같이 넣을 야채를 다듬고 밑반찬을 접시에 담아 내고... 한참 바쁘게 준비하던 중이었다. 방에 들어가 있던 철수가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는 나와서 그런 아줌마들을 구경했다. 철수에겐 모든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동네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것도 처음 보고 물고기 다듬는 것도 처음 보는 철수는 특히 물고기 다듬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내장을 손질하는 아줌마들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 버린 내장을 집에서 키우는 똥개 복실이와 고양이 살진이에게 가져다 주며 동물들과 장난을 치거나 하얗고 탱탱한 부레를 나뭇가지로 쿡쿡 찔러보며 마당을 뛰어다녔다. 동네사람들도 그런 철수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던 철수가 멈춘곳은 다름아닌 왕메기가 담겨있는 김장바가지였다. 누구도 철수가 김장바가지 근처로 가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잠시 바가지를 툭툭 발로차며 장난치던 철수는 이내 물고기가 보고싶었는지 바가지 안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바가지 안쪽은 철수에겐 난생 처음보는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물 속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유영하는 붕어들과 덩치 큰 물고기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졌는지 쏜살같이 헤엄치는 미꾸라지들, 바닥에 배 깔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메기들과 자잘한 송사리들까지. 어린 철수가 보기엔 신기하기 짝이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던 도중 철수는 동네사람들이 왕메기라 부르는 놈을 발견했다. 다른 메기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큰 그놈은 마치 제가 왕인양 오만한 폼새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철수는 왕메기에게서 눈을 뗄수 없었다. 어린 철수가 보기에 너무 커서 괴물처럼 보이는 그놈이 움직인다는게 신기해서였다. 왕메기는 잠시동안 의미없는 움직임을 보이다 배가 고팠는지 지나가던 송사리 한 마리를 덥석 삼켰다. 당연히 그덩치에 송사리 한 마리 먹고 배가 찰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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