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벌써 끝났나요 꺼낸 책을 막 펼친

Posted by 토이맨
2016. 6. 20. 20:22 카테고리 없음

 

 

 

 

 

 

어라 벌써 끝났나요 꺼낸 책을 막 펼친

 

 

 

 

 

 

D가 내용을 훑어보려고 할 때 의사로 보이는 여자가 친한 듯이 D에게 말을 걸었다.

"네에‥‥. 생각보단 별거 없더군요."

그렇게 대답하며 D는 말을 건 여의사에게 시선을 돌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고, 그러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듯 그 여의사의 쇄골 아래쪽 가슴께를 흘끔 쳐다봤다. 거기에는 '신경정신과 카운슬러 '라고 적힌 목걸이가 있었고, 그제서야 D는 그 의사가 자신과의 면식이 있으며 D에게 여러 가지 테스트를 시키고 대화를 하면서 데이터를 모아 의사 에게 전달한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그렇죠? 결과는 어땠나요."

 

 

 

 

"아무래도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접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요."

"그랬군요. 좋은 결과가 있길 빌지요."

당신이 날 진단하고 그 결과를 의사에게 보내지 않았나. D는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수 십 가지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때마침 차례가 돌아와 접수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D"그럼." 하고 접수실에서 쪽지를 받아 여의사를 지나쳐 수납창구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아무쪼록 몸조심하세요."

 

 

 

 

D는 여의사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상투적 관용어 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거기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돌려 뒤를 보고 미소띤 얼굴로 고개를 살짝 까닥인 후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완전히 1층으로 내려갔을 무렵 이미 D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D가 진료를 받은 정신과 병동은 별관에 있었고 접수 및 수납을 담당하는 곳은 본관에 있었다. 본관과 별관은 가까웠지만 사이에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상당거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D는 계단을 걸어 내려온 다음에도 어느 정도 걸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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