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토요일 아침을 숙취와 함께 해야

Posted by 토이맨
2016. 6. 27. 17:06 카테고리 없음

 

 

 

 

 

모처럼 쉬는 토요일 아침을 숙취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틀 밤을 술로 내리 달랬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나는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물이 담긴 컵에 넣고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기대앉았다. 아직까지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내다본다. 멍한 표정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얼굴을 찡그렸다. 구름에 가려져 있던 태양이 눈부시다.

내 방 창가에 활짝 열어젖힌 커튼은 을씨년스러운 밤만 아니라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사계절 어느 아침에나 하얗고 새침하게 햇빛을 머금는다. 일부러 그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아래 유리 탁자를 놓았다. 유리 탁자와 엔티크 소파 두 개는 이 집안에 있는 유일한 사치품이다. 때로는 이 작은 전셋집 안에서 이곳만이 유일하게 나만의 공간인 듯 여겨진다.

 

 

 

 

 

 

유리 탁자 위에 거울을 놓고, 나는 유심히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투명한 테두리에 둘러싸인 거울 안에, 눈 밑이 푸르스름한 저 여자는 퍽 쓸쓸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눈빛만은 살아 있는 듯하다. 저 눈빛 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가슴, 만져도 돼?”

 

민성이가 군에 입대하기 한 달 전쯤이었다. 밤이 늦어, 인적 없는 대학의 노천극장에서 민성이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달콤한 키스와 부드러운 스킨십. 그때 민성이는 소중한 친구일 뿐인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그게 싫지 않았다. 붉게 상기된 그 애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좋았다. 내 손과는 사뭇 다르게 따뜻하면서도 딱딱한 손바닥의 감촉, 거칠어진 남자의 호흡에 기분이 좋았다.

 

결혼하자, 연우야. 난 너밖에 없어,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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