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으니

Posted by 토이맨
2016. 6. 27. 17:40 카테고리 없음

 

 

 

 

 

 

 

 

하지만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다행히 이번 사건은 물증이 명백하기에 진술만 받으면 빠르게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청송 교도소로 갈 채비를 하고 있자니 최 부부장검사가 보냈다며 정 검사가 찾아왔다. 지검 초년차인 정 검사는 평소 경찰 보기를 물 보듯 하는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호인으로, 이번 사건에서 내 보조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못 미더웠는지, 아니면 희생양을 하나 더 늘리려는 건지는 최 부부장검사의 의중을 알 수 없었지만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 책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정 검사의 차에 타고 청송으로 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졸음이 밀려왔다. 처음엔 정 검사가 몇 차례 말을 걸어왔지만 건성으로 대답하다보니 어느 새인가 말없이 운전만 하고 있었다. 정 검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졸린 걸 어쩌리. 그저 창밖으로 흘러가는 경치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째서 아내는 내 곁을 떠난 걸까. 퇴근하면 아내를 만나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마음먹었지만 이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 아내를 만날 시간을 내긴 어려울 것 같았다. 당분간 철야조사라도 해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내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차 안에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나는 아내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듯 수줍어했고, 늘 대학에서 능구렁이를 달여 먹은 듯 닳디 닳은 징그러운 후배들만 보아 온 내게 그 모습은 너무 신선하게 느껴졌다. 긴 치마가 잘 어울리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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