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둘째 날의 부끄러워하는 얼굴

Posted by 토이맨
2016. 6. 28. 11:08 카테고리 없음

 

 

 

 

 

 

신혼여행 둘째 날의 부끄러워하는 얼굴

 

 

 

 

 

 

 

 

 

……. 하지만 어디에도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후의 시원스런 얼굴은 없었다. 그곳에는 분명, 내가 몰랐던 아내의 얼굴이 있었다.

얼마나 생각에 잠겨있었던 걸까. 문득 정신이 들자 어느새 하늘과 교도소 건물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엄중하기로 셋째 가라면 서러울 청송 교도소에서 이렇게 팔자 좋게 늘어져있다니. 좋게 말하면 감상적인, 나쁘게 말하면 얼빠진 내 행동에 쓴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익숙한 진동이 느껴졌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정 검사. 뭔가가 걸렸다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고민거리 중 하나를 오늘 밤 안에 정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비상연락망을 통해 소장에게 반 애원, 반 협박으로 허가를 받은 나는 똑같은 수법으로 보안 관리과장에게도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 검사가 물어온 심증을 토대로 곽 교위에게 자백을 받는 것 뿐. 한밤중에 면회소 문을 열고, 용의자를 심문한다는 어이없고 개념 없는 계획을 권력남용으로 이뤄낸 나는 홀가분한 걸음으로 면회소를 향해 걸어갔다.

 

 

 

 

 

이미 시간은 오후 열시를 넘겼다. 회색빛 근무복을 입은 경비교도대원들의 그림자가 간혹 비칠 뿐, 감시탑의 하얀 경비등 라이트만이 이리저리 오가는 한밤의 교도소를 걷는 것은 의외로 담력이 필요한 행위였다. 교도소라는 곳이 주는 음험한 분위기에 산중의 밤이 불러오는 음산한 기운이 더해져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검사라지만 보안상 혼자 걷게 할 수는 없었는지 안내역 겸 감시역으로 보안 관리과장이 붙여준 경비교도대원이 없었더라면 혼비백산하며 달아났을지도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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