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이야 이렇게 거창했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Posted by 토이맨
2016. 6. 29. 10:46 카테고리 없음

 

 

 

 

 

 

 

명함이야 이렇게 거창했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택배원이 물건을 전해주는 동안 차를 지키는 게 전부라서 사실상 양치는 개나 다를 바가 없었기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직업이었다. 그나마도 요즘 같은 일자리 대란이 없었다면 지원자도 구할 수 없었으리라. 그래도 이 네 글자가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 덕분에 주문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쌓여갔으며 유력지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고객의 안전을 동시에 일궈내는 기업>으로 소개되면서 회사의 주가는 나날이 높아졌다. 정작 그 주역인 사원들한테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었지만 말이다.

 

 

 

 

서수일이 오만 욕지거리를 읊으면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 아이는 이미 산의 작은 동굴로 통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어제 틀린 문제를 풀어서 그 답대로 숫자만 누르면 문이 열린다. 그러면 문이 열릴 테고, 엄마가 사다놓은 햄버거를 먹으면 된다. 어제 밤에는 엄청 혼났다. 수학 문제 열 개 중에 여덟 개를 틀려서 스무 대를 맞았다.

 

 

 

 

 

정말 아팠지만, 아이는 자기가 왜 맞는지를 몰랐다. 일주일 전에는 열 개 중에 여섯 개를 맞췄는데 오늘은 여덞 개를 맞췄으니 당연히 엄마가 칭찬해 줄 알았지만 돌아온 것은 꾸중이었다.

아니, 틀린 걸 또 틀리면 어떡해? , 엄마가 복습 열심히 하라고 했어, 안 했어? 내가 속이 터져서 못 살아! 옆집 민기는 지난 주에도 백 점 맞았고 오늘도 백 점 맞았다더라! 넌 어떻게 된 게 애가 그렇게 덜렁대니?”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