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진이 꾸중을 듣고 있을 동안에도

Posted by 토이맨
2016. 6. 29. 11:08 카테고리 없음

 

 

 

 

 

형진이 꾸중을 듣고 있을 동안에도

 

 

 

 

 

 

 소파에 앉아있던 아버지는 보고 있던 신문을 괜히 펄럭거리고만 있었다. 엄마가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 했을 때, “지난 주에 여섯 개 맞고 오늘 여덞 개 맞았으면 잘한 거 아냐? 애 너무 몰아붙이지 마요.”라고 말했을 뿐, 그렇다면 못 때리게 막아줬으면 좋았을 텐데, 밤에 몰래 들어와서는 엄마가, 우리 형진이 실수한 게 속상해서 그런 거야. 엄마도 아빠도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 알지? 아빠, 오늘 우리 형진이 갖고 싶어하는 게임기 사놨으니까, 내일 택배 형 오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거다? 사내 자식이 그거 맞고 훌쩍거리지 말구. 아빤 할아버지한테 엄청 맞았어.” 하고 말해주는 게 전부였다. 아빤 내 속도 몰라주면서,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는 모범생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벌써 취침 시간을 십 분이나 넘긴 열두시 십 분이었다. 벌써 건넌방에서는 애가 아직도 안 잔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슬리퍼 끄는 소리와 같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런 엄마를 말리는 아빠의 목소리도 같이 따라오고 있었다. . 결국, 그날 밤도 형진은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잠을 청하게 됐다.

 

 

 

 

 

방 안에 놓인 영단어 카세트 테이프가 재생되는 소리도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묻혀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말다툼은 언제나 애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버릇이 나빠진다느니 하는 논쟁에서 시작되지만,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느새 전혀 상관없는 주제로 옮겨간 말다툼으로 옮겨지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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