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가 내리친다 추봉훈은 신문지에 말아 두었던

Posted by 토이맨
2016. 7. 1. 22:35 카테고리 없음

 

 

 

 

 

 

우레가 내리친다 추봉훈은 신문지에 말아 두었던

 

 

 

 

 

 

 

 

 

 칼을 꺼내들어 보았다. 낡았지만 잘도 퍼런 식칼의 서슬에 추봉훈의 얼굴이 비쳤다. 더 이상 손이 떨리진 않았다. 오히려 추봉훈은 시간이 갈수록 완전하게 침착해지고 있었다. 보고 있던 칼을 내려놓으며 추봉훈은 생각한다. 오늘의 목적을. 오늘 추봉훈은 김만석으로부터 이전에 받지 못한 오백만 원의 급료를 받으러 왔다. 받지 못한다면,

김만석을 죽일 것이다.

 

 

 

 

 

추봉훈이 쉽사리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해고된 그날부터 그제야 추봉훈은 분석을 시작했던 것이다. 어째서 자신의 인생이 이토록이나 척박해 진 것인지. 떳떳하게 살았음에도 어찌하여 떳떳하게 살아지지 않는 것인지. 결론을 내는 데는 대략 이십 일정도가 걸렸고 미경이 읽고 있던 책이 대부분의 도움을 주었다. 낡고 낡아서 종이가 바스러질 것 같던 그 책.

김만석이 이제껏 몇 명의 직원을 부당해고 했지.”

 

 

 

 

 

서른 명 정도.”

그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열일곱 시간.”

그들에게 지불하지 않은 급료는.”

대략 사천만 원.”

추봉훈이 떳떳하게 살았음에도 떳떳하게 살아지지 않았던 이유는, 떳떳하게 살지 않은 이들이 떳떳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떳떳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피를 빨아 먹으며 빠르게 비대해졌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