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형진의 외할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커다란 기대를

Posted by 토이맨
2016. 7. 2. 16:08 카테고리 없음

 

 

 

 

 

 

특히 형진의 외할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에서 착실하게 실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중매쟁이를 통해서 적당한 사윗감이 없는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기대를 걸었던 딸이 어느 날 지방 출장을 다녀와서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회사원과 결혼하겠다고 말하자 당연히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다른 남매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그 회사원과 결혼하는 대신에 가업의 상속권을 포기하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형진의 어머니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로 그녀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모()기업에서 친척이 경영하는 계열사로 직장을 옮겨야 했다. 그래서 외가 쪽 친척들은 몇몇을 빼면 형진을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는데, 형진의 부모한테는 그 점이 콤플렉스로 남아있어서 지금도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서로 높아지고는 했다.

 

 

 

 

다행히 형진네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는 방음 처리 시설이 잘 되어있었기에 한밤중에 언성을 높이면서 싸운다고 해도 이웃집한테 고성방가로 신고당하는 봉변은 겪지 않아도 됐고, 비싼 물건을 아끼는 아버지의 성향 덕분에 부부싸움이 길어지면 흔히 일어나는 가재 도구 투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형진한테 그 불똥이 튀었는데, 그렇게 한바탕 하고 난 다음 날부터 며칠간은 가정부 아주머니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 같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래도 엄마 눈치를 안보고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명절 때마다 외가 친척들이 용돈을 쥐어주고는 했는데 아들을 계속 추궁한 끝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형진의 어머니는 우리 애를 거지로 아느냐면서 한바탕 싸우기도 했고, 나중에 이모하고 외삼촌들한테 받은 용돈을 압수당했다. 형진은 그게 무척 서운했다.

 

 

 

 

집에 가면 어제 틀린 문제의 답으로 암호를 새로 맞춰놨으니까 그거 풀고 들어가. 가서 밥 먹고 두 시에 피아노 학원이니까 꼭 시간 맞춰서 가고. 이틀 전에는 십 분 지각했다며? 오늘도 그랬다가는 일 분에 한 대 씩 맞을 테니까 늦으면 안 돼. 알았지?”

형진의 어머니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들에게 한 말이었다. 형진이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를 보니 열두시 이십분이 조금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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