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게 열두시 삼 분이었으니까 벌써 십칠 분이

Posted by 토이맨
2016. 7. 2. 16:28 카테고리 없음

 

 

 

 

 

 

집에 온 게 열두시 삼 분이었으니까 벌써 십칠 분이

 

 

 

 

 

 

 

지나있었다. 형진은 학원에 늦는 건 무섭지 않았고 엄마한테 맞는 것도 무섭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에 방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게 무서웠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아래쪽에서 낮선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단골 패스트푸드 집 아르바이트 생보다 더 굵은 목소리였는데, 그는 자신이 군대에 갔다 왔다고 말했다. 아빠가 말해주기를, 군대에 갔다 오면 스물다섯 살은 된다니까 분명히 삼십 살 정도는 됐을 것이다. 몸을 돌려서 계단 밑을 내려다보니, 삼십 살은 안 되겠지만 그 나이에 가까운 택배회사 직원이 죽는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삼십 층 높이지만 인체공학적으로 배려됐다는 설계방식으로 생각보다 힘이 덜 든다는 것이 시공사의 주장이었다. 물론 직접 올라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뭐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떻게 설계되었던 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고달픈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올라갈 때부터 오만 욕지거리를 늘어놓던 수일한테는 공사 비용을 줄이려는 얄팍한 수작일 뿐이었다.

~ 죽는 줄 알았네.”

그러기를 이십여 분.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한 수일은 상자에 붙어있는 찌지와 눈앞에 있는 문에 적힌 번호를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어디보자...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현동... 몽블랑 아파트 B단지 2013002... 여기 맞네.” 그러자 계단을 올라오면서 보였던 아이가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택배 왔어요?”

그 말을 들은 수일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는 어린애인데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 같은 귀염성이 전혀 없는 딱딱한 품이 무슨 동사무소 같은 데에서나 들을만한, 사무적인 말투였기 때문이다. 오는 말이 이렇게 딱딱해서야 가는 말이 부드러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수일의 대답도 덩달아서 사무적인 말투에 실리게 되었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