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케이지 안에 있는

Posted by 토이맨
2016. 7. 6. 15:19 카테고리 없음

 

 

 

 

 

 

 

 

야옹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케이지 안에 있는

 

 

 

 

 

 

 

고양이다. 한국에 도착하고서 한 번도 꺼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나는 케이지 문을 열었다. 고양이는 몸을 부르르 털더니 도도하게 걸어 나온다. 뭐야, 저거. 걷잖아. 호주에서는 그렇게 걷지 않으려고 해서 계속 안고 다닌 녀석이다. 여기 와서 하이힐이라도 신은 양, 빳빳한 걸음으로 걷는 걸 보니 아주 얄밉다. 고 못된 고양이는 모델하우스 구경이라도 하듯 내 방을 구석구석 둘러보더니 책상 위로 턱 올라왔다. 뭐하는 거야. 내려가. 고양이를 훌치는데 고양이가 가르릉 거리며 발끝으로 책상 위의 물건들을 헤집고 떨어뜨린다.

 

 

 

 

 

 

그러고는 내가 더 화내기 전에 야옹 하고 도망가 버렸다. 못된 녀석. 나는 한숨을 쉬며 떨어진 우편물들을 정리했다. 그 순간 편지하나가 눈에 띄었다. 눈에 익은 국제편지. 아아. 그녀의 편지였다. 몸이 떨려왔다. 천천히 들어 올려 소인을 확인한다. 1월 10일. 내가 출국한 날짜다. 내가 호주로 가고 있을 때, 그녀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미 죽은 그녀의, 마지막 편지. 혹시나 내가 너무 늦게 편지를 발견한 건 아닐까,

 

 

 

 

 

 왈칵 겁이 났다. 산 자의 불만보다 죽은 자의 불만이 더 겁이 난다. 나는 천천히 편지를 뜯었다. 찌지익 편지 뜯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고양이도 숨을 죽인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이 떠 다녔어. 마지막은 선택할 수 있게 해줘. 이제 쉬고 싶다.]

단지 세 마디. 그것이 그녀가 나에게, 혹은 세상에 남긴 유일한 말이었다. 그녀의 스물다섯 해는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다. 그녀가 최초로 소통을 하려 했을 때, 그것은 그녀의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평소와는 다른 단정한 글씨체가 가슴을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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