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재미없어서 그런 거야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Posted by 토이맨
2016. 7. 8. 18:35 카테고리 없음

 

 

 

 

 

학교가 재미없어서 그런 거야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연우는 너무 평범하대.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고.”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의 말 때문은 아니었다. 평범한 게 뭔지도 몰랐을 나이니까. 그러나 내게 실망한 듯한 엄마의 표정과 말투만은 몹시 아팠다.

평범한 건 아주 나쁜 거구나. 나는 왜 평범할까? 평범한 게 뭔지도 모르면서, 자학에 빠졌더랬다. 그때부터 밤마다 자주 꾸게 되는 악몽이 하나 있다.

커다란 동물원 안에 아무도 없다. 날은 휘영청 밝기만 한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코끼리도 없고 기린도 없고 엄마도 없다. 나는 겁에 질려서 운다. 엄마, 어디 있느냐고. 말 잘 들을 테니까 날 데려가라고.

 

 

 

 

 

 

 

동물원이 싫었다. 학교에서 동물원으로 소풍을 간다고 하면, 배가 아플 정도로 끔찍이 싫었다. 그건 내가 길고양이에게 참치 캔을 나눠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수의사입니다.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눈앞의 남자는 ‘이재우’라는 이름을 가졌다. 동물원을 싫어하는 내 맞선 상대로 하필 동물병원 원장이 나왔다는 사실이 우습다. 굳이 동물원과 동물병원은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싶지 않다.

 

 

 

 

 

동물병원에서 ‘병’이라는 글자 하나만 빼면, 동물원이 되지 않는가.

나는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 달짝지근한 대추차를 들이켜며 창밖을 슬쩍 내다봤다. 지금쯤 엄마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의 심부름으로 다기 세트를 사러 인사동에 왔다던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겠지.

이제 그만, 이 우스꽝스러운 만남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게시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