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우리 이제부터라도 자주 만나고 그러자

Posted by 토이맨
2016. 7. 11. 12:34 카테고리 없음

 

 

 

 

아무튼 우리 이제부터라도 자주 만나고 그러자

 

 

 

 

 

 

송별식에도 꼭 오고. 알았지? 다른 애들도 보고 싶지 않아? 어쩜 그렇게 연락을 딱 끊고 살았니?」

글쎄, 왜 그랬던가? 민지가 아무 얘기도 없이 갑자기 부모님과 지방으로 이사를 가 버리고 난 뒤, 나는 꿈에서라도 고등학교에는 얼씬하지 않았다. 마치 그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사실을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 볼게. 그런데 민지야. 내가 지금 누굴 좀 만나고 있거든? 이 핸드폰 번호로 나중에 내가 전화할게.”

「응? 아, 그래…….」

수화기 너머에 있는 옛 친구가 서운한 감정을 애써 감추며 나에게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다짐을 시킨다. 심지어 전화를 끊은 뒤에도 귓가에 여운이 남을 정도로.

좀 더 반가워했어야 옳았을까?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그런 연기에는 서툴다. 그리고 아마 민지도 내가 자신의 전화를 받고 그닥 달가워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정말 그랬을까? 민지는 정말로 그런 예상을 하고 있었을까?

 

 

 

 

 

“어, 비 오네?”

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후두둑, 후두두둑,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손은 그의 커다란 손아귀에 붙잡혔다. 그는 대원군의 사랑채로 쓰였다는 노안당(老安堂) 소슬대문 처마 밑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십대처럼 수줍어하거나, 이십대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 이 나이 먹어서 남자한테 손 좀 잡혔다고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몸서리치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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