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립스틱이 칠해지고 있는 입술을 본다

Posted by 토이맨
2016. 7. 12. 10:06 카테고리 없음

 

 

 

 

 

 

 

새빨간 립스틱이 칠해지고 있는 입술을 본다

 

 

 

 

 

 

 

 

 

도톰한 입술이 붉어지면서 더욱 생기 있어 보인다. 엄마가 들고 있는 작은 손거울에는 엄마의 붉은 입술이 가득하게 비춰지고 있다. 화장을 해서인지 얕게 패인 입가의 주름이 드러나지 않는다.

젊어 보여, 엄마.

 

 

 

 

 

엄마는 내 말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뒤돌아봤다. 나는 순간 실망스러워진다. 돌아보는 얼굴은 젊게 봐도 사십대 초반은 돼 보인다. 엄마의 나이는 실제로 오십에 가까운데 나이에 비해선 꽤 젊어 보이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손거울 속 비춰지던 붉은 입술만큼은 어려 보이지는 않는다. 선명한 입술 색과 살짝 패인 볼 때문에 왠지 지쳐 보이는 얼굴과의 부조화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정말이냐고 묻는 엄마에게 엄지손가락까지 들어 보인다.

어. 예쁘다, 우리 엄마. 오늘 누구 만나나 봐?

 

 

 

 

 

아마도 엄마는 저 붉은 립스틱을 사준 남자를 만나러 갈 것이다. 다 알지만 그냥 모르는 척 물어본 거다. 엄마도 내가 모르는 척 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어설픈 변명을 둘러댈 생각도 않고 그냥, 이라고 말하며 일어났다. 나는 벽에 기대앉아 엄마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엄마가 허리끈이 달린 감청색 봄 외투를 입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나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방금 일어났는데 밖에 날씨 정말 좋다!

나영은 몇 시간 전부터 일어나 화장을 하고선 나에게서 먼저 연락 오길 기다렸을 거다. 주말에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도 그 사실을 모르는 척 그녀에게 묻는다.

그럼 뭐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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